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첫 회에 나오는 벽보 내용은?
요즘 넷플릭스(Netflix)에서 제작한 드라마 '킹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시대의 좀비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수준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 낸 솜씨가 대단하다. 해외에서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인기가 제법 있는지 작품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첫 회 앞 부분에 보면 붉은 글씨로 쓰인 벽보가 붙는 장면이 있다. 자막은 '왕은 죽었다.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라고 간단히 나오지만 벽보는 꽤 길다. "活著用眼看用耳聽, 用嘴說方才可能, 而現如今大王閉著眼, 堵著耳保持沈默, 這如何能說是活著, 最終大王駕崩, 一股新風必將刮起."라는 것인데, 뜻은 대략 '살아있다는 것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대왕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것을 어찌 살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대왕은 붕어하시고 새로운 바람 한 줄기가 반드시 불기 시작할 것이다.'이다.
중국어의 글말은 크게 문언문과 백화문으로 나뉜다. 문언문은 약 2000년 전 진나라 전후에 쓰이던 말을 기초로 이루어진 글말인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한문'에 해당한다. 문언문은 마치 서양의 라틴어처럼 입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공식적인 글말로 오랜 시간 쓰여 왔다. 반면 백화문은 각 시대의 입말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을 말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백화문은 민간 문학에서 쓰일 뿐 대부분의 글쓰기는 문언문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로 오면 이러한 구분은 더욱 명확해진다. 조선시대에 문언문, 즉 한문은 외국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양반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글말이었으나, 백화문은 중국어를 배운 극히 일부 사람들만 쓸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벽보는 언뜻 보면 문언문 같지만 실제로는 백화문에 가까운 말로 쓰여 있다. 예를 들면 '著'와 같은 동태조사, '這'와 같은 지시대명사는 문언문에 쓰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한자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면 별 생각 없이 지나가겠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뜻이 다 맞게 적은 것만 해도 대단히 훌륭하다고 하겠으나 중화권 국가로의 수출을 생각한다면 디테일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