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북경사범대학교는 왜 '사범대학교'가 아닐까?

닥터먕 2019. 1. 31. 19:16

중국에서 이름에 '师范大学(사범대학교)'가 붙는 학교들에 관해 알아보다 보면 두 가지 이해하기 힘든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이 학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이해하는 사범대학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사범대학교는 종합대학교에 부속되어 있는 '사범대학'(물론 옛날에는 공주사범대처럼 학교 자체가 사범대인 곳도 있었다), 즉 중, 고등학교의 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하지만 북경사범대학교(北京示范大学)를 비롯한 중국의 사범대학교는 경제학, 경영학, 농학, 의학 등 있을 건 다 있는 종합대학교이다. 둘째는 학교 이름이 영어로 'normal university'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normal'은 '보통의', '평범한', '정상의' 등을 뜻하는 말인데 그러면 왜 '보통 대학교', '정상 대학교'라 하지 않고 '사범대학교'라고 하는 것일까?

사실 이 두가지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범학교라는 교육기관은 1794년 프랑스에서워진 'École normale Superieure'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사범학교를 'normal school'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일본에서는 이것을 ''로 번역하였는데,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한국과 중국에서도 이 말을 가져와 '사범학교', '师范学校'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대학교들은 갈수록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다른 학교와 합치는 등의 방식으로 종합대학교로 변해 갔고, 그 과정에서 '사범(normal)'이라는 말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범대학교들은 이름은 유지하면서 학교의 성질을 바꾸는 식으로 변하였는데, 그 결과 지금처럼 이름은 사범대인데 실제로는 사범대가 아니고(물론 다른 일반대학교에 비하면 교사 양성을 중시하기는 한다), 오늘날 외국인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normal university'라는 영어 이름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